잘 살기/나의 일상

난소낭종 수술 후기

민니이 2022. 9. 21. 21:46

 

산부인과 가는 건 너무 무섭다. 주위 시선이 자꾸 신경 쓰이고 눈치가 보이는 느낌. 

그래서 다른 사람들 눈치보느라 생리통이 심해져도 타이레놀 먹으면서 산부인과를 가지 않으려고 애썼다.

 

근데 진통제를 먹고 시간이 흘러도 통증이 지속되고 너무 아파서 그냥 가기로 했다. 

내가 아픈데 남 시선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래도 산부인과는 진입장벽이 나에게는 너무 높은 곳이라 6개월 전쯤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반년이 훌쩍 지나고 갔다. 

 

 

내가 겪었던 주요증상은 이랬다. 

 

  • 생리통이 심해짐
  • 왼쪽 아랫배 빈번한 통증(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 아랫배가 튀어나옴.

병원가서 진료받고 왼쪽에 6cm 혹이 있다고 했다. 작은 병원으로 갔더니, 수술할 수가 없다고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셨다. 이때부터 너무 무서웠다. 

 

대학병원 가서 다시 초음파보고 진료를 보았지만, 결과는 역시 수술이었다. 

로봇수술/복강경 두 가지 수술이 있는데 가임기 여성들은 난소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회복이 빠르고 섬세한 로봇수술을 많이 한다고. 근데 비용이 너무 사악했다. 

 

5cm 이상은 수술을 권하고, 놔두면 난소낭종이 파열되면서 더 아프고 응급실 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빨리 수술해버리기로. 

 


 

로봇수술 당일, 항생제 맞고 보호자와 수술동의서 싸인하고. 머리 양갈래로 묶고. 환자복 입고. 수술실로 직접 걸어갔다. 

수술실 정말 춥고 기계소리가 났다. 드라마 찍는 기분. 

 

마취과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산소호흡기(?) 마스크 씌워주시고 

" 숨 크게 들이쉬고. 내쉬세요." 3번 정도 선생님 말에 맞춰서 호흡하니, 눈 뜨니까 회복실. 

 

회복실에서 눈 떳을 때, 진짜 너무 추웠다. 치아끼리 부딪혀서 소리를 낸다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 

또 구멍난 배가 너무 아파서 '와 진짜 인생 최고의 고통이다.'라는 생각을 수십 번 한 거 같다. 

 

수술한 후 아픔의 고비가 여러 차례있었다.

 

  • 회복실에서 병실로 이동할 때 - 간호사 선생님들이 침대 끌 때마다 바닥과 마찰하면서 구멍 난 배에서 통증이 새어 나왔다.
  • 침대에서 몸 일으킬 때 - 배가 너무 당기고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복부 전체가 아팠다. 화장실도 첫날은 혼자 가기 힘들었다. 
  • 가스통이 어깨로 갔을 때 - 배에 넣은 가스가 상체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회복실에서 눈 뜰 때, 심호흡 크게 하라고 하셨는데.... 사실 회복실에서 눈 뜨면 정신도 없고 심호흡이 크게 안 된다. 어깨 전체가 결리고 뭉친 것 10배로 가스통은 아팠다. 
  • 피통 뺄 때 - 피통(?)이라고 수술 후 관을 연결해둔 것이 있는데, 퇴원하기 전 피통 뺄 때 고통이 심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수술 후 3주 정도 흐른 지금은 당시의 기억이 흐릿해지긴 했지만 건강이 제일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입원하면서 수십 번도 넘게 했다. 그리고 산소마스크 쓰기 전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 스쳐 지나간다던데.

나는 나의 일상의 행복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게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것 같다.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아랫배 통증이 있는 분들은 하루라도 빨리 산부인과 내원하여 진료 보시길 바란다. ㅠㅠ 

수술도 아프지만 혹이 파열되면 그 고통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다들 산부인과 가는 거 어렵게 여기지 마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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